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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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정상에서
바람이 머문 자리,높고 푸른 하늘 아래구름은 천천히 흘러가고멀리 이어진 산맥은 고요하네.서로 기대며 오르던 길,친구들의 웃음소리가바람 속에 녹아들어따스하게 내 곁에 남는다.돌아보니 걸어온 길,억새는 몸을 숙이고풍력발전기들은 묵묵히 돌며자연의 시간 속에 머무르네.이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내 마음은 가벼워지고자연은 넉넉히 품어주네,오늘을 기억하며 내려가리.산 정상에서, 나도 바람이 되어저 아래 세상을 굽어보니작은 일상들조차 소중해지네.
2024.11.11 -
겨울의 문턱에서
늦가을 강변에 서서찬 바람을 맞으니,가을이 어느새 저 멀리 물러가고겨울이 살며시 다가오네.갈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나무는 옷을 벗고아득한 강물에 겨울빛이 스며드네.잎새 하나 남지 않은 가지 끝,어디론가 떠난 계절을 떠올리네.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칠 때마음 깊이 겨울이 머문다.이제는 차가움 속에서도 따스함을 찾고,멈춘 것 같은 시간 속에서도조용히 흐르는 나를 느껴본다.늦가을의 끝자락에 서서겨울을 맞이하는 이 순간,나도 강물처럼 흘러가리라.
2024.11.08